아이들의 즐거운 책 놀이를 위해

아이들에게 책을 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대부분의 어른들은 책을 보는 것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한,
공부의 연장선이라고 생각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 보기는 아마
놀이의 일종이 아닐까요? 놀이를 통해 규칙을 익히고 세상을 알아가듯이
책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놀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놀이는 즐거움입니다. 즐겁고 재밌지 않으면 놀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그 덕에 놀이를 통한 배움은 지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하지만 책 보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책 속 이야기를 즐기며 빠져들지 못하고, 배우기 위한 수단으로 다가가기
때문일 겁니다. 그들에게 책은 아마 평생 재미없는 놀이가 되겠지요.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떤 책을 볼까요?
아이들은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골라준 책을 주로 봅니다.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책을 빌릴 수 도 있지만, 그 책을 구입해주는 것은 어른들이기 때문이죠. 어른들은 아이를 위한 책을 고를 때 주로 교육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책을 선호합니다. 이 책을 통해 내 아이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거기에 어른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선택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 책을 정말로 재미있어 할지는 의문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리고 판단할 능력이 떨어져 좋은 책을 고르기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들도 각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고, 그 이야기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권리와 충분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책을 보며 그 스펙트럼을 넓혀 나갈 때 책은 놀이로써 아이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됩니다. 그것은 현재 그 아이의 관심분야 이기도 하며, 아이의 취향과 생각이 반영된 것이고 더 나아가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즐거움을 바탕으로 한 책 보기는 아이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책을 제시하기 전에 선택할 기회를 주세요. 그리고 곁에서 잘 관찰해주는 것 만 으로도 아이들은 자신이 고른 책을 보며 선택과 판단, 진정한 책 보기의 재미를 듬뿍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보는 책을 만드는 작가로서 그들이 책을 어떻게 읽고 느끼는 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종종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조금이나마 그들의 감상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언제나 조금 아쉬웠지요. 아이들을 만날 때 마다 항상 염두에 둔 것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하지만 작가임에도 내가 지은 책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책을 활용한 즐거운 활동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책을 이야기로 즐기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뜯어보고 살펴보고 멀찍이 놓고 보며 연구해야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책수리마수리의 프로그램들은 그 바탕이 되는 책의 작가뿐만 아니라 독서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놀이로서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온 몸으로 느끼며 즐거워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입니다. 다양한 책으로 재밌는 활동을 하고, 그걸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는 것.

우리를 즐겁게 하는 놀이로서, 책을 보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책수리마수리가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가 서 현